카페테리아같이 아름다운 교회 2002-09-23 14:48:51 read : 22628 내용넓게보기. 프린트하기
“날마다 마음을 같이 하여 성전에 모이기를 힘쓰며 떡을 떼며 기쁨과 순전한 마음으로 음식을 먹고…”(행 2:46).
서울 불광동 언덕배기의 우성아파트 입구 대로변에 올리브 그린색의 특이한 6층 건물이 있다. 언뜻 보기에는 사무용 빌딩같기도 하고 연구소 건물같기도 한 이 건물은 분명 교회인데 종탑이나 십자가가 없다.
“준공허가를 받을 때 생각지도 못한 일로 애를 먹었습니다. 담당 사무관의 얘기가 이것이 어떻게 교회 건물이냐는 것이죠. 종탑이 없는데다 5층의 대예배실 내부에 장의자가 없고 성가대석이나 중이층도 없고,십자가도 없이 세미나실로 꾸몄고,4층의 식당공간이 예배실보다 규모가 더 크고 내부장치나 테이블 세팅 형식 등을 미루어볼 때 교회 구내식당이 아니라 뷔페 레스토랑 분위기여서 분명 종교시설을 빙자한 상업공간이라는 것이지요”
제자교회 주상희 담임목사는 “일반인들에게 종교로 인한 문화적 충격을 줄이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그런 특별한 교회 공간을 계획했다”며 “이제는 교회도 세상과 구별됨을 권위적인 위상이나 상징성으로 대변할 것이 아니라 그 비용으로 세상에 비해 많이 낙후된 공간을 쾌적하게 만드는데 정성을 기울이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친교공간
대부분 교회의 먹을거리 공간은 건물의 지하층 후미진 곳에 배정되기 일쑤다. 일차적 욕구를 해소하기 위해 전전긍긍하던 시절은 저만큼 갔고 각 가정에서의 주방 식당공간도 당당히 거실 문화와 함께 승격되었는데 교회에서만은 아직도 어둡고 통풍이 안돼서 음식 냄새가 가실 줄 모르는 그런 열악한 공간에서의 배를 채우는 단순 공간으로 전락시키는 이유는 무엇인가.
제자교회 교회당의 두드러진 특징은 4층에 위치한 카페테리아(식당)일 것이다. 전망이 가장 좋은 층에 예배실 크기와 동일한 면적의 카페테리아가 자리잡고 있다. 어쩌면 이곳이 제자교회의 주활동무대일지 모른다. 물론 평일에도 개방되어 매일 점심과 저녁을 준비한다. 하나님의 지체로서 음식을 나누며 서로 교제하고 영적으로 위로하고 회복되어지는 실제적인 쉼이 있는 곳이다. 평일에도 언제나 개방돼 일상 삶과 예배의 터미널 역할을 할 수 있어 성도뿐 아니라 지역주민의 좋은 교제처이기도 하다. 배식대의 슬라이딩 창을 닫으면 오크 패널 벽체가 형성되어 각종 리셉션이나 세미나 장소로도 이용될 수 있다. 식사공간 옆에 노란 팡파르 기둥을 사이에 두고 창 밖의 전경을 관망하며 차를 마실 수 있는 별도의 아담한 공간이 있다. 교회공간을 아름답게 꾸미는 이러한 일들은 예산이 문제가 아니라 정성과 관심이 문제다.
몇몇 성도는 퇴근 후 거의 매일 직장동료까지 동참시켜 차를 마시며 환담을 나누고 일상을 계획하는 그런 습관이 들었단다. 현실적으로 유흥업소 말고 이런 문화적인 쉼터가 어디에 마련되었던가. 주일 설교 말씀에 연속된 맥락으로 책도 볼 수 있고 영적인 문제를 생각해볼 수 있는 이런 장소를 교회가 제공하는 것은 교회의 따뜻한 배려이며 당연한 의무라고 본다.
◇예배공간
5층 예배실은 예배는 물론 각종 세미나와 콘서트,공연과 영화 상영을 할 수 있는 소극장 개념을 도입했다. 별도의 소예배실이 없는 제자교회로서는 주일예배뿐만 아니라 각종 교육프로그램을 소화하기 위해 개인의자와 더불어 접이식 탁자를 배치했다. 주일예배 때에도 설교를 앉아서 듣기보다는 좀더 예배에 집중하고 탐구하기 위해 필경대를 준비했다는 게 담임 목사님의 변이다. 또 설교대 전면에는 십자가가 없고 예배후 예배당을 나서면서 다시 한번 성호를 긋고 예수님의 향기를 일상 삶에서 드러내도록 계획된 리마인드형 십자형태가 간접조명 틀로 다가선다. 현실에서의 전통 개념을 넘어서서 실용주의적인 시도를 하는 적극적인 자세가 이채롭다. 그렇다. 불광동 제자교회는 안으로 뭉치는 교회가 아니라 밖으로 활짝 열린 사도행전적 교회이다.
◇교육공간
2,3층은 교회 공동체의 자녀들을 위한 유아학교와 방과 후 학교가 운영된다.무려 교회공간의 40%를 배려한 것이다. 상쾌한 파스텔톤으로 세심하게 계획된 놀이방과 화장실,옥상 놀이터가 일반 사회의 유아원을 훨씬 앞선다. 결국 매일 가고픈 공간으로 만드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1층 정원과 옥상 놀이시설이 완공되면 지역사회의 어린이에게도 새로운 모델이 되는 탁아,유아원을 운영하여 세상에서 교회를 보는 시각을 바꾸리라는 큰 비전을 갖고 있다.
“교회당은 그 교회의 성격과 특성 그리고 목회철학이 스며있는 곳일 것입니다. 그리고 면면히 이어져온 교회의 관습과 전통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성경이 말하고 있는 교회가 무엇인가’하는 것입니다. 결국 교회의 사회적 역할이 무엇인가로 귀결되지 않겠습니까?” 이렇게 강변하는 담임목사의 얼굴은 적당히 상기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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