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뉴질랜드에서 목회를 하시는 한 목사님께서 제게 이메일을 보내 『서울에 유리로 건축한 자그마한 교회가 있으니 한 번 찾아가 보시는 것이 어떠냐』하고 말씀하셨습니다.
서울이라? 서울에 있는 교회의 건축이 아무리 뛰어나다 한 들 콘크리트 위에 세워진 「인공의 미」일 거라는 생각이 들어 찾아 나서기를 차일피일 했습니다. 참 이상하지요? 도시의 교회는 아무리 돈을 들여 건축해도 깍쟁이 같은 「세련미」가 담기니 말이지요. 제 아무리 자연 미인이 되고 싶어도 환경이 주는 댄디함 탓인지 질감이 느껴지지 않아요.
주말 점심 무렵 서울 신림10동 신우초등학교 뒤에 있다는 교회를 찾아 나섰습니다. 관악산 밑인 신림10동은 산동네였습니다. 차도 다닐 수 없는 골목이 즐비한 서민 동네였어요. 신우초교 뒤의 교회 한 군데 찾았으나 『자연에 들어앉아 있음을 느끼도록 건축했다』는 뉴질랜드 목사님의 말씀과는 어딘지 맞지 않는 평범한 교회였습니다. 아닌 듯 하여 그 일대를 찾아 헤매다 기도원 한 군데를 들어갔으나 그 또한 아니었습니다. 별 수 없이 산동네 복덕방에 들러 78-2번지를 찾았지요. 어르신들이 관내 지도를 샅샅이 훑어본 끝에 78-2번지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버스 정거장으로 한 두 정거장 정도 떨어져 있더군요. 5월17일의 날씨는 초여름처럼 더워 온 몸이 땀으로 흠뻑 젖고 말았습니다.
「신양교회」
관악산이 형세를 이루며 내려오다 또 하나의 산을 이루는데 그 산이 삼성산입니다. 그 산봉우리는 마치 요새처럼 신록사이에 불쑥 올라와 색다른 풍경으로 다가듭니다. 신림10동에서 시흥동으로 넘어가는 삼성산 줄기의 큰 고갯길에 자리한 신양교회는 숲 속에 들어가 있어 한 눈을 팔면 그냥 지나치기 쉽습니다. 우거진 숲 속에 그처럼 아름다운 교회가 있을 거라고는 상상이 잘 안 되는 일이었습니다. 「생명으로의 초대」라고 해야 딱 맞지 않을까요.
신양교회 본당에 들어서면 앞과 양옆이 자연으로 펼쳐진 대형 화폭이라는 데에 여러분은 놀라실 겁니다. 통유리로 된 본당 의자에 앉으면 자연의 사계가 그대로 펼쳐집니다. 제가 찾은 5월의 신양교회 본당에선 아카시아 숲과 향이 내려앉았습니다. 은은한 아카시아 향은 CCM곡 연주연습에 몰두하는 보컬그룹 청년들에게「생명과 호흡과 만물」(행17:25)에 못지 않습니다.
신양교회 본당은 1999년 4월에 봉헌된 2층 유리건물입니다. 유리건물 앞에 I형 철강골조로 십자가를 세우고, 그 옆으로 소박한 사택이 자리했습니다. 이걸로 끝이라면 서울의 어느 교회나 다름없겠지요.
그러나 신양교회는 1000여 평에 이르는 녹지 공간이 교회 건물을 감싸고 있습니다. 아카시아 밤나무 느티나무 소나무 등으로 숲이 우거진 교회 안에는 농구장과 족구장, 어린이 놀이터, 계곡, 텃밭 등 자연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모든 것들이 갖춰진 천혜의 공간입니다. 서울이란 거대도시에 세워진 교회 안에 계곡이 있고 숲이 있다니요.
덩굴이 교회 담벽을 타고 오르고, 성도들이 정성스럽게 식목해 가꾸는 무화과나무가 해마다 키를 달리합니다. 전호 톱바위취 선쌀풀 개구리자리 꽃다지 뱀딸기 노랑꽃창포 등의 들꽃이 지천입니다. 「내 안에 거하라 나도 너희 안에 거하리라」(요15:4)는 구절이 너무나 들어맞는 듯 합니다.
「봄은 눈부신 햇빛과 넘치는 생명력을 대자연에게 베푸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느낄 수 있기에, 여름은 바람에 나뭇잎의 팔랑거리는 반짝거림과 뭉실뭉실 피어오르는 흰 구름을 바라보며 하나님의 따스한 미소를 느낄 수 있습니다. 또한 가을은 드높은 하늘과 오색 빛으로 물들어 가는 산들을 바라보며 그분의 오묘하신 솜씨에 다시 한번 감격합니다. 겨울은 눈 덮인 관악산 등줄기와 앙상한 나뭇가지마다 피어있는 하얀 눈꽃 보며 그 위에 내리쬐는 한겨울 따사로운 햇살로 인해 주님의 은혜를 느낄 수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을 허락하신 하나님 앞에서 감사하므로 무릎꿇고 경배하며 찬양하는 소박하고 선한 마음을 가진 성도들이 있기에 나는 신양교회를 사랑합니다.」(기영미/아동성가대 지휘자)
교회 안의 숲과 꽃을 가꾸고, 밤나무 아래서 분반공부를 하는 주일학교 학생들과 청장년부 성도들…「나의 하나님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영광 가운데 그 풍성한 대로 너희 모든 쓸 것을 채우리라」(빌4:19)의 기록에 의지해 그들은 믿고 따릅니다.
그러나 이토록 아름다운 교회가 되기까지 어찌 고통과 헌신이 없었겠습니까? 74년 차경락 전도사(현재 원로목사)께서 자신의 집을 밤골교회로 하여 예배를 드릴 때만 해도 자연부락과 마찬가지였습니다. 그야말로 차도 들어오지 않는 산골마을였던 셈이지요. 『첩첩산중에서 양을 키워 교회를 꾸리고 성도를 섬겼다』고 합니다. 그래서 교회 이름이 신양(新羊)입니다.
원로목사는 가난한 마을 주민을 위해 80년 신양어린이선교원을 개설하고 복음자리도서실 열고(89년),가난한 이웃을 위해 「사랑의 밥집」봉사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지역사회선교관(90년),청소년쉼터(97년) 등을 잇달아 개원해 오늘에 이르렀지요.
지금도 교회 정문 길 건너편에 선교구제기관인「청소년쉼터」(청소년상담과 교육,놀이,캠프) 「할머니쉼터(할머니 사랑방) 「사랑의 밥집」(재기환자,독거노인 가정사역) 「작은 나무들의 쉼터」(초등학생 중심 인성지도) 등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95년 부임한 차정규 목사와 200여 명에 불과한 성도들이 이 큰 사역을 하고 있는 것이 놀랍습니다.
이렇듯 자연의 축복이든 물질의 축복이든 우리에게 주어지는 축복은 헌신과 봉사 없이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성령께서 기독교공동체에 선물과 언약을 주며, 그것을 실제로 경험하게 하며, 미래의 소망을 맛보게 하신다는 것입니다.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꼭 필요한 부분만을 하나님의 성전으로 만든 신양교회는 건축사에서 유명한 지중해 카프리 섬의 숨막히도록 아름다운 집 「말라파르테 저택」과 같을 만큼의 찬사를 낳습니다.
아카시아향 가득한 신양교회의 숲은 천사와의 산책만큼이나 아름답고 감동적입니다.
▷ 찾아가는 길
서울시 관악구 신림 10동 산78-2 (02-877-9926). 지하철 2호선 신림역에서 내려 시흥동 방향으로 나와 시내버스 25번 또는 25-1번을 타고 여섯정거장째인 산장아파트에서 내려 길을 건너면 된다. 또는 신림과 두 정거장 사이인 서울대입구역에 내려 서울대 방향으로 나와 시내버스 289-1번을 타고 5번째 정거장인 산장아파트 하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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