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이기 보다 목자로서" 2002-03-13 22:58:42 read : 15473 내용넓게보기. 프린트하기
목사(牧師)와 목자(牧者)는 어원상 같은 말이다. 목사라는 말은 신약성서의 에베소인들에게 보낸 바울의 편지(엡4:11)에서 유래하는데, 이 말에 해당하는 그리스어는 양치기를 뜻한다. 즉 소나 양이나 염소와 약대를 지키는 사람을 일컬는 말인 것이다. 따라서 목사와 목자는 어원상 같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으나 정서적으로는 많은 차이가 난다.
현대에 있어 목사는 종교적, 정신적 지도자로서 다분히 추상적이고 행정적인 이미지가 풍긴다. 그러나 목자는 고전적인 이미지 속에 문화와 서정적인 정서가 풍겨온다.
다윗은 시편 23편에서 "여호와는 나의 목자"라고 고백했다. 구약에서 하나님은 반석과 산성(시62:2)으로 혹은 방패와 상급 등으로 비유 된다(창15:1). 이러한 표현들은 비인격적이고 추상적인데 반해 목자는 인격적이고 친숙한 이미지를 포함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고대 근동에서는 목자의 이미지를 왕들이나 신들에게 사용했는데, 주전 3천년 경 수메리아에는 두무즈(Dumuz)라는 목자신이 있었고 바벨론의 함무라비 왕도 목자로 비유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목자로서 산전수전을 다 겪었던 다윗이기에 인생의 갖가지 체험들을 안고서 자신이 진정 목자가 되었을 때 비로소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라고 고백할 수 있었던 것이다.
목자는 양을 위해 존재한다. 목자는 양을 생명처럼 소중히 여기며, 양이 잘 놀 수 있도록 도와 주고 돌보아 준다. 목자는 양들에게 먹을거리를 제공하는 공급자며, 양들의 복지와 안녕을 책임지는 보호자며 양들을 안전한 길로 인도하는 안내자로서 언제나 '쉴만한 물가와 푸른 초장'으로 양들을 인도한다.
25년의 농촌 목회에서 얻은 교훈은 목사가 아닌 목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농촌 교회에 있어서 목회자는 목자가 되어야 한다. 화이트 칼라에 넥타이를 맨 창백한 얼굴의 목사로 이론만 주장하고 행동이 없는, 입만 살아 있는 명사형으로서의 목사, 그의 설교는 화려할지 모르나 성도들의 삶은 너무도 매마르고 건조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반면 양들과 함께 있고 그들과 함께 뒹굴며 놀아주고 말한 대로 실천하는 목사, 이런 목회자의 설교와 삶은 참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힘과 능력을 줄 수 있다. 현대의 교인들은 바로 행동이 동반되는 동사형 목회자를 존경하고 따르는 것이다.
우리 교회는 오전 10시에 주일낮 예배를 시작한다. 그 이유는 11시부터 12시까지 교인들을 교육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12시에서 오후 1시까지 꿀맛같은 점심을 나누고 오후 2시에 찬양예배를 드린다. 그리고 찬양예배를 마친 후 청소년은 축구장으로 가서 이웃 교회들과 친선으로 축구를 한다.
그런데 장년층 교인들 중에 특히 여성들은 마땅한 놀이문화가 없어 놀 줄을 모른다. 이러한 여성들을 위해 족구를 가르쳐 놀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주었더니 상상할 수 없는 효과를 보고 있다. 자기들 스스로가 삶의 자존감과 즐거움을 느끼고 있는 것을 보니, 사람이 놀 줄 안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새삼 깨닫게 된다.
주일날 축구를 하고 족구를 한다는 이유로 '주일성수 정신에 위배되지 않느냐'는 질의도 받은 적이 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안식은 말 그대로 쉬는 것인데 어떤 교인들에 있어서 주일은 쉬는 안식의 날이 아니라 파김치가 되는 힘든 날이기도 하다. 이른 아침부터 교회학교, 성가대, 성경공부, 여러가지 봉사의 일을 감당해 내기에 버거운날인 것이다.
'…안식일은 사람을 위하여 있는 것이요 사람이 안식일을 위하여 있는 것 이 아니니'(막2:27)라고 하셨던가? 어쨌든 주일 오후에 잠을 자거나 TV를 시청하거나 노래방에 가는 것 보다는 믿음의 식구들이 함께 모여 놀이를 통하여 친목을 도모하면서 그리스도인의 우의를 다지는 것은 이전에 없었던 기독교문화를 정착시킬 수 있는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목자는 건강한 양들이 행복하게 사는 모습 속에서 큰 위로를 얻는다. 사실 목자에게 괴로움을 주는 것도 사람이요 즐거움을 주는 것도 사람이 아니가? 그러니 목회자는 사람을 좋아하고 사람과 함께 살아야한다.
어느 익명의 시인이 지은 '목사는'이라는 시의 내용이 마음에 든다.
목수는 나무가 제일이라고 하고/
석수는 돌이 제일이라 하는데/
목사는 사람이 제일이라 하고 싶습니다/
/ 헌금할 사람도 있어야 하고/ 청소할 사람도 있어야 하고/
주의 사자를 욕하면/ 벌받는다고 말해 줄 사람도 있어야겠지만/
/ 도둑이라도 좋고/ 바람난 여자라도 좋습니다/
주의 말씀에 부디칠 사람이면/ 누구라도 좋습니다/
/ 목수는 관을 짜고/ 석수는 비석을 다듬겠지만/
목사는 사람의 영혼을/ 주님의 품에 잠재울 것입니다.
지리산과 섬진강 그리고 피아골 왕시루봉이 보이는 통나무집에서… pyoungdo@kornet.net
Copyright by 본 설교신문 자료를 다른사이트로 무단복사 절대금합니다(추적장치가동)/설교신문//이새롬/사업자번호220-09-65954/서울시강남구도곡로1길14삼일BD1121호/통판:서울강남01470/문자로 질문바람010-3761-0691/E-mail:v919@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