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 5장 24절에 “에녹이 하나님과 동행하더니 하나님이 그를 데려가시므로 세상에 있지 아니하였더라”는 말씀에서 ‘동행하다’는 의미가 무엇입니까? 우리도 에녹과 같은 삶을 살 수 있을까요?
에녹이 하나님과 동행했다는 말씀은 에녹이 ‘유별난 삶’(exraordinary life)을 살았다기보다 ‘보통 삶’(ordinray life)에서 하나님과 친밀히 동행했다는 뜻으로 봅니다. 특별히 ‘동행’이란 말씀의 뜻은 에녹이 24시간 기도하거나 말씀을 보며 예배를 드렸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그저 평범하게 일상 생활에서 하나님과 친밀하고 지속적인 교제를 하며 살았던 것입니다.
오늘날 크리스천들은 세상(secular)과 성스러운 것(sacred)을 구분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정상적인 크리스천에게 세상 모든 삶이 거룩한 것이 되어야 합니다. 또 모든 거룩한 것이 세상에 그대로 적용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재미있는 것은 중국에서 요일을 표기할 때 월요일을 예배일(禮拜一)로, 화요일은 예배이(禮拜二)로, 수요일은 예배삼(禮拜三)으로 하는데 아주 지당하고 성경적인 사고 방식이라고 봅니다.
우리도 주일(禮拜天)은 공동체로 모여 하나님을 예배하는 날로 삼고 있습니다. 월요일부터 각자의 삶을 통해 예배의 첫째날, 둘째날, 셋째날…. 그런 식으로 기억하며 하나님과 가까이 동행하는 삶을 산다면 에녹과 같은 삶을 살 수 있다고 봅니다.
많은 복음주의적 성경학자와 목회자들은 에녹을 들림받을 성도들의 상징으로 보고 있습니다. 저는 이와 같이 하나님과 친밀한 관계에서 매일의 삶을 통해 예배하고 섬기며 성령을 좇아 행하는 성도들은 주님이 재림하실 때 에녹과 같이 들림받아 산 채로 변화되어 천국으로 옮겨지리라 믿습니다. 이것이 마지막 때에 사는 성도들의 소망과 믿음이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차지도 아니하고 더웁지도 아니하도다
목사님께서 쓰신 「네가 거듭나야 하리라」는 기독교 신앙의 핵심 부분을 다루고 있습니다.
1998년 초 하와이에서 교회를 개척하면서 조언을 얻기 위해 미국에서 가장 빨리 부흥하는 교회 중 하나인 뉴호프 교회(New hope fellowship)를 담임하는 웨인 코데로 목사님을 찾아뵈었습니다. 그때 코데로 목사님은 제가 듣고자 했던 교회 부흥의 비결 대신에 “이 목사, 다른 것은 신경 쓰지 말고 복음만 열심히 전하게! 영혼 구원이 제일 중요한 것이네”라고 권면과 도전을 주셨습니다.
저는 그 말씀을 듣고 마치 방망이로 뒤통수를 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베드로전서 1장 9절 말씀대로 신앙의 궁극적인 목적은 영혼 구원에 있는데(“믿음의 결국 영혼의 구원을 얻음이라”), 저는 그동안 구도자의 고귀한 ‘영혼’보다는 제 자신의 ‘목회 성공’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구령사업’보다 교회 프로그램 운영에 치중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교회는 구도자나 초신자들의 영혼 구원을 위해 전혀 준비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실감했습니다. 신앙 서적들이 산더미처럼 쏟아져 나오는 이 시대에 기독교 신앙의 핵심인 ‘구원의 도’를 정확하게 설명해 주는 지침서가 없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구원 상담을 요청하는 구도자들에게 당장 도움을 줄만한 신앙 서적을 찾지 못해 안타까웠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물론 거듭남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성경공부나 제자훈련 교재가 있지만, 그것도 대부분 상투적인 질의응답에 불과하고 ‘어떻게 거듭나는가’에 대해 자세히 말해 주지 않습니다. 사실상 어떻게(how)를 말해주지 않는 강조(must)는 모순이 많다고 봅니다. 이 책을 통해 제가 진정 추구하는 것은 구원에 대한 교리적인 이해가 아닌, 영원 불변하는 하나님의 말씀과 십자가를 근거로 한 실제적인 구원의 체험이었습니다.
저서에서 현대 한국 교회의 안타까움을 토로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것입니까.
오늘날 현대 교인들은 신앙서적도 부담 없이 쉽게 읽을 수 있는 것을 찾는 경향이 있습니다. 서비스 위주의 편리한 대형 교회들을 찾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이것을 이른바 ‘맥도널드 신드롬’이라고 합니다. 무엇이든 인스턴트를 좋아하는 현대인들의 취향이 그대로 반영된 것입니다. 제가 책에서 지적한 문제들은 한국 교회에 국한된 문제라기보다 세계적으로 현대 교회의 추세를 다루고 싶었습니다. ‘라오디게아 교회 현상’이라 할까요? 현대 교회는 총체적인 영적 공황과 위기를 맞이했다고 봅니다.
해결 방안은 십자가의 진리
어떻게 하면 위기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까요.
문제를 지적하기보다 대안을 제시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싶습니다. 그래서 저는 교회에 대한 부정적인 지적보다 바로 ‘이것이 참 복음입니다’, ‘이것이 참 신앙입니다’에 초점을 맞추고 싶습니다. 그리고 제가 제시한 대안은 교회가 십자가로 돌아가 복음을 회복하자는 것입니다. 이 시대에 많은 교회들은 복음의 방향성을 잃어버리고 상업, 형식, 모방, 기업, 물질, 프로그램, 율법 위주로 치닫고 있습니다.
지난날 교회사가 증거하듯 교회가 복음을 회복하고 ‘십자가의 도’를 담대히 전파할 때 문제들은 저절로 해결되었습니다. 특별히 하나님은 세기 초마다 놀라운 영적 부흥을 통해 커다란 구원의 역사를 일으키시고 그 시대를 구원하셨습니다. 이제 세계적으로 부흥의 역사가 일어날 때가 되었다고 봅니다. 저는 이번에 출판된 ‘십자가의 도’ 시리즈를 통해 그 부흥의 역사에 작은 도화선이 되었으면 합니다.
요즘 영성이란 말의 적용이 광범위해 개념에 혼돈이 올 때가 많습니다.
오늘날 크리스천들은 유행주의(popu -larism)에 치우쳐 있습니다. 그래서 무언가 새로운 것이 나오면(사실은 이전에 이미 다 있던 것) 붐을 일으켜 우르르 몰려 유행을 일으킵니다. 영성뿐만 아니라 ‘중보기도’, ‘내적치유’, ‘열린예배’ 등 현재 유행하고 있는 프로그램들은 정상적인 크리스천의 생활과 교회에서 당연히 있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남이 하니까 나도 해야 한다는 식의 강박관념에 시달립니다. 영성의 실재(實在)를 붙잡기보다 프로그램과 유행에 따라가느라 급급한 모습들을 보게 됩니다.
중보기도 자체는 기도를 많이 하면 자연적으로 해결되는 일입니다. 신령과 진정으로 예배하면 형식이나 프로그램에 관계없이 열린예배가 되는 것입니다. 갈라디아서 2장 20절 말씀대로 십자가 앞에 나아가 시시때때로 우리의 자아를 못박아 처리하면 그 자체가 내적치유를 이루게 되는 것입니다.
정상적인 크리스천 삶 유지해야
그렇다면 무엇이 참된 영성입니까.
바울은 모든 것이 가하나 다 유익한 것이 아니라고 말씀합니다(고전 6:12). 영성은 어떤 프로그램이나 세미나에 들어있는 게 아닙니다. 참된 영성은 단순히 정상적인 크리스천의 생활을 하는 것입니다. 또 단순하고 실제적이라야 합니다. 얼마 전에 미국 CCC 총재 빌 브라이트(Bill Bright) 박사님을 모시고 좌담회를 가진 적이 있습니다. 그때 우리가 어떻게 하면 신령한 목회자가 될 수 있는지 물어 봤습니다. 그는 단순히 “결혼하셨습니까? 집에 가서 당신의 아내를 잘 섬기십시오. 그러면 영적인 목회자가 될 것입니다”라고 대답해 충격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참된 영성은 에녹과 같이 일상 생활 중에 하나님과 친밀한 관계를 맺으며 동행할 때 자연스럽게 얻어지는 것입니다. 매일 지속적인 경건 생활을 통해 깊어지는 것이라고 봅니다.
프린스턴대에서 신학석사(Th.M.) 과정을 하시면서 칼빈의 영성에 대한 논문을 쓰셨는데요.
한국 교회의 약 60%가 장로 교회로 칼빈과 많은 관계가 있습니다. 또 많은 목회자와 성도들이 칼빈주의자임을 자칭합니다. 하지만 칼빈의 글을 읽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실제적으로 칼빈의 신학이나 영성을 이해하는 사람이 별로 없습니다. 저는 프린스턴대에서 칼빈의 영성을 중점적으로 공부하면서 그가 깨달은 ‘십자가의 도’를 현대적인 시각으로 재조명하고 해석해서 현대 교회에 적용하고 싶었습니다.
칼빈의 영성 핵심은 무엇입니까.
칼빈은 크리스천의 생활과 관계된 영성의 핵심에 십자가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는 특별히 일상 생활을 통해 나타나는 실제적인 영성(practical spir -ituality)을 추구했습니다. 그러한 영성은 네 가지 삶의 태도 즉 자기부인, 십자가를 지는 생활, 내세에 대한 소망, 현실에 대한 충실을 통해 이루어진다고 가르칩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것
칼빈의 영성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습니까?
칼빈은 그의 모든 삶에서 하나님을 전적으로 신뢰하며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습니다. 그는 하나님의 가르침을 통해 “우리는 우리의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것입니다”라는 말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이 단순한 몇 마디의 말 안에서 우리는 참된 영성의 실재를 엿볼 수 있습니다.
종교 다원주의 물결이 더 심화되고 있습니다. 특히 9·11 테러로 종교간 갈등도 깊어가고 있는데요. 이런 때 크리스천들은 어떤 준비를 해야 합니까.
현재 미국에서 다원주의 신학의 대가라고 부르는 하버드대의 바바라 에크(Barbara Eck) 교수는 “다원주의는 이제 우리의 현실이고 앞으로 우리 사회 안에 계속 눌러 앉아 있을 것이다”고 했습니다. 크리스천들은 다원주의의 옳고 그름을 따지기 전에 에크 교수가 말한 현실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리고 다원주의 물결에 대해 방어적이나 비판적인 태도로 그칠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그 대안 중 하나는 이미 말씀을 드린 대로 복음의 회복과 참된 영성의 발견에 있다고 봅니다.
최근 하와이의 사역을 접으시고 로스앤젤레스에 2세들을 위한 교회를 개척하셨습니다. 어떤 계기가 있었고 어떻게 새로운 교회를 섬기실지 말씀해 주십시오.
현재 로스앤젤레스와 남가주 지역을 중심으로 이민 교회가 약 1,000개가 넘습니다. 그러나 영어권에 있는 1.5세나 2세를 위한 교회는 손으로 꼽을 정도입니다. 이민 1세대가 50%이상 교회에 출석하는 반면, 2세대의 출석률은 겨우 5% 미만입니다. 저는 이번에 한국어와 영어를 동시에 사용하는 이중 언어 교회를 개척해서 이민 1세대와 2세대가 같이 예배하고 서로 섬겨 사역하는 21세기를 향한 이민 교회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싶습니다. 특별히 이번에 시작하는 새 사역은 ‘실제적 영성’에 대한 가르침을 그대로 적용해서 구원의 복음과 십자가의 도를 통해 가정과 자녀와 사회를 회복하고 이 시대를 변화시키는 부흥의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귀한 말씀에 감사드립니다.
이현수 목사
1958년 충북 충주 출생. 1973년 미국으로 이민하여 UCLA(경제학/공학), 풀러신학교(M.Div.)를 졸업하고 프린스턴신학교에서 신학석사(Th.M.) 학위를 받았다. 1988년 선교사로 부름 받고 2년 간 중국 북경 경제대에서 영어 강사로 사역하기도 했다. 1998년부터 하와이 뉴호프 온누리교회를 담임하다, 올해부터 LA에 영어권 한인 1.5세대와 2세대를 위한 뉴호프채플(New Hope Chapel)을 개척했다.
1990년 초반 한국 교계에 처음으로 잔느 귀용(Madame Guyon)의 저서를 소개했고, 1997년 제씨 펜 루이스의 「십자가의 도」(두란노)를 번역했다. 예수전도단과 두란노 바이블 칼리지 강사로 활동했다. 북경에서 만난 중국인 부인 웨이팡(魏方)과 사이에 1남 1녀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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