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성 교수(55세)
서울대 경영학과
오하이오 보울링그린주립대 경영학 석사
하버드대 경영학 박사
서울대 경영학부 학장·산업정책연구원 원장
저서 「한국경제 더 물러설수 없다」(1999)·「기업의 환경창조 메커니즘」(1997) 외.
KBS 특별기획 <경영혁명가 잭 웰치의 비밀>에서 대담 진행.
목회의 소명을 가진 사람들은 전략을 어떻게 해석하고 활용할 수 있을까. 또 경영학에서 사용하는 전략 패러다임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변형하여 목회에 응용할 것인가. 우선 경영학이 말하는 전략 패러다임이 어떤 개념인지 설명하도록 하자.
패러다임이라는 단어는 전문 용어임에도 불구하고 이제 모든 사람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용어가 되었다. 패러다임은 쉽게 말하면 ‘특정 시점에서 그 시대에 살았던 모든 사람들이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기본적인 논리’이다.
역설의 미학 패러다임
아인슈타인이 나오기 이전은 뉴턴의 시대였다. 뉴턴은 세상의 모든 물질은 우주 안에서 고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기차를 타고 지나갈 때 차창으로 나무들이 지나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사실 나무는 멈춰 있고 기차가 움직이는 것임을 우리는 알고 있다. 나무는 고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을 뉴턴의 절대성 혹은 뉴턴의 패러다임이라고 한다.
아인슈타인은 뉴턴의 절대성 이론을 뒤집었다. 고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물질은 존재하지 않고, 다만 상대적인 위치로만 파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기차를 타고 마을을 지날 때 차창으로 나무와 집이 움직이면 실제로 나무와 집도 움직인다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지구는 끊임없이 자전과 공전을 반복한다. 이런 지구 위에 있는 나무나 집이 고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할 수는 없다. 아인슈타인이 새로운 물리학 개념을 만들어 낸 것이다.
이 이론의 바탕에 깔려 있는 기본적인 믿음이 패러다임이다. 결국 패러다임이란 단어에는 숙명적으로 ‘우리가 패러다임이라고 믿는 것은 바뀔 수 없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그러나 바뀌지 않는 것이 바뀌는 것이므로 패러다임은 시간이 지나면 틀림없이 바뀐다. 역설이다.
전략 그리고 전술의 틈에서
과거 우리가 믿었던 전략의 기본 체계와, 오늘과 내일 우리가 받아들일 전략의 기본 틀은 바뀔 수 없다. 우선 기업 경영에서 전략을 받아들이기 전의 시대를 살펴보자. 손자병법과 제갈공명의 전략은 반드시 전쟁과 결부되어 있다. 전쟁을 이기는 수단이 전략이었다. 전략의 하위 단계로 전술이 있는데, 전술은 하나 하나의 싸움 즉 국지전을 이기는 수단이다.
유방과 항우의 싸움에서 유방은 연속 열두 번 졌지만 열세 번째 싸움에서 이겨 천하를 얻는다. 전략에 능했던 유방이 전술에 능했던 항우를 이기고 세상을 차지한 것이다. 전략과 전술의 차이를 비교하는 예로 많이 사용되는 고사이다.
지금 우리가 다루는 전략의 성격은 다르다. 1930년대 이전에는 전략이라고 하면 무조건 군사 전략을 생각했다. 그러나 이후 서서히 기업의 경영 전략 개념이 나오기 시작했다. 우리 나라는 50년 뒤진 1980년대부터 전략이라는 개념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한 분야의 이론 개념이 정립되기 위해서 300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경영 전략은 겨우 7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많은 학자들이 저마다 소신을 갖고 나름대로 이론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어느 하나 옳다고 검증된 것은 없다. 서점에 많은 책이 나와 있지만 하나의 구체적인 안(案)과 목표를 제시해 천하 통일을 이룬 게 없는 것이 그 방증이다. 그러나 이런 많은 시도들은 이론과 현실의 괴리를 메워 주는 노력들이다.
전략과 교회의 연결 고리
어떻게 보면 기업과 교회의 설립 동기는 비슷하다. 규모의 경제를 생각할 때 나룻배 하나를 한 사람이 만드는 것과 유조선 하나를 만드는 것은 분명 차이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저마다 기술을 활용해 하나의 유조선을 만드는 것이 효율과 효과 면에서 뛰어나다. 교회도 마찬가지 아닌가. 물론 교파에 따라 한 사람 한 사람의 신앙을 강조하는 경우도 있듯, 현대 경제 사회에도 개인이 주체가 되어 물건을 사고 팔면 된다고 믿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경제 사회에서 개인이 모든 역할을 다 할 수 없다는 것이 증명된 사실이듯, 교회도 개인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다. 선교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이 직접 선교하지 못해도 교회의 조직을 충분히 이용하면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 사회의 맥락에서 보면 기업이 하는 일을 교회도 한다고 볼 수 있다. 기업에 적용되는 전략을 교회에도 적용할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물론 변화와 조정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오늘날 교회의 할 일은 바로 이것이다.
교회는 더 큰 세상, 더 넓은 사회에 복음을 전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 그것이 교회의 존재 이유이다. 그러나 이론과 현실에는 반드시 괴리가 있기 때문에 교회의 소명은 분명하지만 현실의 문제는 만만치 않다. 이 괴리를 극복하고 어떤 올바른 방법으로 더 큰 세상으로 나가 선교를 할 수 있을까? 이것을 가능케 하는 것이 전략이다. 이제껏 전략 없이 되었다면 우연히 된 것이다. 우연히 된 것은 한 번은 성공하지만 나중에 실패할 가능성이 많다.
그러나 전략이 있으면 첫 번째도, 두 번째도 성공한다. 역사상 위대했던 교회의 성공 요인은 무엇인지 분석해 본다면 공통분모가 나올 것이다. 이것이 바로 교회에 적용할 수 있고 마땅히 견지해야 할 전략이다. 그 전략을 분석하면 한국 교회의 부족한 부분을 보충할 수 있고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찾아낼 수 있다. 이 노력을 게을리 한다면 교회의 역사는 또다시 우연에 맡겨질 것이다.
내부 자원을 연결하는 탁월성 필요
경영 전략으로 돌아가 패러다임의 시대별 변천사를 읽는다면 앞으로 어떤 패러다임이 나타날 것인가 이해할 수 있고 그것을 전제로 미래 경영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 교회도 마찬가지다.
전략의 초창기인 1930∼1960년대 경영 전략은 사장학이다. 탁월한 사장이 떼돈을 벌게 해주던 시절이다. 훌륭한 지도자는 기업과 조직을 성공으로 이끈다. 이런 개념을 바탕으로 어떤 능력을 가진 사람이 사장이 될 것인가를 연구했다.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 사장학은 깨졌다. 1973년 석유파동을 겪으면서 사장학만으로 안 된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사장을 잘 만나고 못 만나고의 문제가 아니라 외부 환경의 지배를 뼈저리게 절감한 것이다. 어떤 환경에서, 어떤 산업에서 성장하는가는 업종에 따라 결정된다. 이 시기의 기업 전략은 훌륭한 사장을 모시는 것보다 어느 시장에서 어떤 사업을 시작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였다. 객관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냉철하게 외부 시장 기회와 내부 자원을 연계하는 일이 중요해 졌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외부 기회 즉 시장이다.
1980년대 중반, 어떤 산업을 중심으로 진출할 것인가의 전략 또한 깨졌다. 미국의 기업들은 이제까지 환경에 따른 업종 선택으로 재미를 보았다. 그러나 일본은 뒤에서 관찰하며 모방과 지속적인 개선을 추구했다. 미국 서점가에 일본의 개선 능력을 배우자는 여러 가지 책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결국 1980년대 중반 환경 중심이었던 개념이 일본의 기습으로 무너져 내렸다.
따라서 미국 기업들은 환경 분석보다 경쟁자가 도전할 수 없는 전략을 모색했다. 회사 내부에 있는 자원을 중심으로 전략을 설계하기 시작한 것이다. 선행된 작업은 자신이 가진 자원이 무엇인지 찾는 것이었다. 이후 경쟁력을 갖기 위한 자원의 특성을 찾아내는 것으로 이어졌다.
지식 사회의 도래
기업의 전략은 사장, 외부 환경, 내부 자원으로 변화를 거듭했다. 1990년대 미시간대의 프라할라드(C. K. Prahalad) 교수가 자원 중 가장 중요한 자원은 ‘핵심역량’(core competence)이라고 정의했다. 핵심역량은 다른 자원과 달리 경쟁자가 흉내낼 수 없는 특정 기업만의 고유한 특성이라는 주장이다. 다른 자원은 경제력만 있다면 경쟁자가 얼마든지 살 수 있다. 그러나 핵심역량은 절대 살 수도, 흉내낼 수도, 만들어 낼 수도 없다. 그러나 핵심역량의 중요성에 대해 이해는 하지만 정작 핵심역량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마땅한 대답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 대답은 바로 ‘지식’(knowledge)이다. 핵심역량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지식이다. 특히 회사 내부에서 암묵적으로 부지불식간에 형성된 지식이 중요하다. 1995년부터 등장하기 시작한 이 단어는 온 세상을 도배했다. 지식 사회, 지식 기업, 지식 산업, 지식 경영자 심지어 지식 대통령이라는 표현까지 나왔다. 결국 자원이라는 단어가 중심이 된 오늘날, 패러다임이라는 단어에서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찾아낸 인기 용어가 지식인 것이다.
지난 70년 동안 사람, 환경, 자원의 순서로 패러다임이 변해 왔다. 이제 교회를 생각해 보자. 교회가 성장한 배경은 무엇인가. 지금까지 교회가 성장하고 큰 역할을 하게 된 배경에는 어떤 전략이 있었는가. 목회자를 중심으로 성장해 왔는가. 아니면 환경을 잘 선택해서 성장했는가. 그것도 아니면 자원을 활용했는가.
지금까지는 과거에 대한 것이다. 미래로 나갈 때 패러다임은 또 한번 변할 것이다. 이제 새로운 용어,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러나 지식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사람과 환경, 자원의 변화를 이야기했지만 사람과 환경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환경에서 자원으로 패러다임이 변함에 따라 자원의 필요성이 더 부각되었다는 것이다.
이제 지식의 시대가 물러가고 있다는 것도 지식의 중요성이 사라진다는 말이 아니다. 모두가 지식을 받아들이기 때문에 지식으로 우열을 가릴 수 없다는 뜻이다. 새로운 세계가 나올 것이고 이 세계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할 것이다.
새로운 패러다임
미래 시대를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SERM’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이것은 주체(Subject)가 환경(Environment) 속에서 자원(Resource)을 활용(Mechanism)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메커니즘을 구축해야 한다. 메커니즘이란 무엇일까.
메커니즘이야말로 경쟁력의 종합적 원천이다. 사람들은 삼성 반도체의 성공 핵심 원인을 여러 가지로 이야기한다. 이병철 회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의견도 있다. 바로 훌륭한 지도자가 있었기에 가능하다는 것이다.
또 반도체 전문가는 세계 반도체 시장의 조류를 이야기한다. 1986년 인텔 등 미국의 반도체 회사가 메모리칩을 포기했고 이 틈을 타 일본이 반도체 시장에 진출했다. 미국은 자국 회사를 보호하기 위해 일본의 반도체에 대한 수입 규제를 강화했다. 1991년은 삼성이 반도체를 본격적으로 생산한 원년이다. 바로 세계 시장의 흐름을 잘 이용했다는 것이다.
재벌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삼성 반도체의 급성장 원인을 삼성그룹이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진단한다. 우수한 인력과 자금, 조직 등을 총동원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비밀은 다른 곳에 있다. 반도체는 18개월마다 신제품이 나오면 기존 제품을 폐기한다. 신제품은 반년이나 1년 정도 높은 가격을 형성하다가 다음 제품이 나오면 가격이 떨어져 버리게 마련이다. 결국 먼저 만들어서 값이 비쌀 때 팔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삼성 반도체는 차세대 반도체를 개발하기 위해 한 팀이 아닌 두 팀을 구성해 치열하게 경쟁을 시켰다. 경영진은 각 팀의 업적을 과학적으로 평가하는 객관적인 기준을 세워 철저히 관리했다. 성공하면 특진, 실패하면 쫓겨나는 상황이었다. 결국 삼성 반도체는 성공했다.
삼성 반도체의 성공 요인 네 가지를 이야기했다. 어느 것이 맞고 어느 것이 틀리는가. 다 맞는 이야기이다. 다만 하나하나 특징이 있을 뿐이다. 첫 번째는 사람이 기준이다. 두 번째는 환경, 세 번째는 자원이 기준이다. 네 번째는 무엇인가? 이것이 바로 메커니즘이다.
회사 내부에 경쟁을 도입하는 메커니즘, 평가하는 메커니즘이 있었다. 아무나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특별한 메커니즘을 실시해도 듣지 않으면 일어나지 않는다. 지도자의 말 한마디로 메커니즘이 형성되는 것은 아니다. 5, 10년에 걸쳐 메커니즘이 구축되어야 한다.
이제 메커니즘은 회사 경쟁력의 원천이다. 어떤 회사의 성공도 실패도 이 네 가지(SERM) 원칙으로 설명할 수 있다. 그렇다면 무엇이 중요한가. 그것은 상황에 따라 다르다. 지금이 삼성이 반도체 산업에 뛰어든 1983년이라면 기준은 당연히 사람이다.
이제 교회는 어떤 메커니즘을 구축해야 하는가. 사람은 가장 중요하다. 환경은 끊임없이 변한다. 새로운 기술이 선교와 목회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그러나 네 가지 원칙에 따라 미리 준비해 앞서 가면 틀림없이 새로운 기회를 맞이할 것이다. 새로운 목회 서비스와 선교 영역을 확장해야 한다.
인터넷 교회도 많이 생기는 시대다. 이제 교회는 인력 자원, 기술과 유형의 자원을 확장해야 한다. 물리적 자원뿐만 아니라 이미지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 디자인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그리고 메커니즘을 구축해야 한다.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구체화시켜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다. 교회도 설립 초기, 형성기, 성장기, 성숙기에 따라서 사람, 환경, 자원, 메커니즘의 중요성을 달리해 적용해야 한다.
초기 단계에서 미래지향적이고 적극적인 목회자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형성 단계의 교회는 환경적인 요소 즉 선교 영역을 정확히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성장 단계에 있는 교회는 인적 자원, 기술, 이미지와 같은 자원을 확보해야 한다. 성숙 단계에서는 메커니즘을 구축해 전력 투구해야 한다.
이 글은 지난 2월 8일, 비전 빌리지에서 열렸던 두란노 목회 밀레니엄 세미나 강연 내용을 요약, 게재한 것이다.
빛과 소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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