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질 예수님 탐방기/영천 기독교조각공원 2016-06-02 15:19:00 read : 10885 내용넓게보기. 프린트하기
[근육질 예수님 탐방기] 세상 죄 지시려면 이 정도는 돼야
해외 네티즌 150만 명 주목한 영천 기독교조각공원…"믿으면 속죄 영생" 전파 위해
최승현 기자 shchoi@newsnjoy.or.kr | 2016.05.30 19:27:20
"Where is this glorious idol?"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지난 2월, 이미지 공유 사이트 'imgur'에 올라온 십자가에 달린 예수님 사진은 5월 30일 기준, 조회 수 150만을 기록했다. 이 사진이 특별했던 이유는, 로마 군인들에게 채찍을 맞고 비아 돌로로사(십자가의 길)를 힘겹게 올라간 예수님이 건강미 넘치는 '근육질'이어서다.
십자가는 물론이고 로마 군인들도 부숴 버릴 것 같은 체격의 예수님은 한국에 있었다. 경북 영천 기독교조각공원에 장달윤 목사(무궁교회 원로)가 세운 작품이다. 작품에 무슨 사연이 있는지 궁금했다. 5월 27일 영천을 직접 찾았다.
높이 14m, 너비 6m에 빨래판 복근, "너의 죄 속하려 나 여기 있노라!"
기독교조각공원 입구에 들어서기도 전에 저 멀리 십자가에 달린 예수님이 보였다. 가까이 다가서자 그 크기에 압도될 수밖에 없었다. 보디빌더같은 울퉁불퉁 근육, 굳센 표정과 한국을 중심으로 한 지구본이 한눈에 들어왔다.
이 조각은 높이 14m, 너비 6m, 지구본 직경이 1.6m에 이른다. 토속적인 표정으로 유명한 논산 관촉사 석조미륵보살 입상 크기(18m)에 맞먹는다.
"너의 죄 속하려 나 여기 있노라!", "믿으면 속죄 영생"이라는 글귀가 십자가 아래 새겨져 있었다. 양쪽에는 감리교, 장로교 최초 선교사인 아펜젤러와 언더우드의 흉상이, 앞쪽에는 남성용, 여성용 납골함이 놓여 있다.
"예수님은 영적으로 인류의 죄를 지신 힘센 분이시다. 지구는 바로 세상을 상징하며, 지구본 앞에 한국 지도가 있는 것은 한국이 예수 믿고 축복받은 나라고 세계 제2의 선교 대국이라는 점을 나타낸 것이다. 십자가 아래 글은 구원을 얻는 도리다"라는 설명이 곁에 있었다.
납골함은 화장 문화가 확산되고 있는 걸 고려해 종교에 상관없이 누구든지 무료로 화장한 유골을 안치할 수 있도록 설치해 뒀다. 3년이 됐지만 아직 입주한 유골함은 없다고 한다.
'조한민국'부터 간음한 여인까지
근육질 예수님상 말고도 기독교 조각공원 내에는 다양한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근육질 예수님상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다. 이제 다른 작품을 감상할 차례다.
#1. 군림하지 말고 장로의 종이 되라
장달윤 목사가 목회자 세미나에서 강의한 내용을 비석에 새긴 것이다. 목사들이 장로 위에 군림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다.
#2. 예수님이 불완전한 인간을 안고 계신다
성인같아 보이는 상반신과는 달리 하반신은 어린아이처럼 매우 짧아서 부자연스럽다. 이 작품은 '예수님이 불완전한 인간을 품어 주셨다'는 메시지를 내포한다.
#3. 21세기가 요구하는 목사
2012년 장로회신학대학교 채플 설교 내용을 올려 뒀다. 카멜레온형 목회자, 돌고래형 목회자, 고객 만족형 목회자, 충노(忠奴)형 목회자, 진실형 목회자, 골드 칼라형 목회자, 슈퍼 리드형 목회자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모든 모델 앞에는 '21세기'가 붙었다.
#4. 목회 은인들
장달윤 목사 목회 평생의 은인들을 작품으로 남겼다. 16세 때 목회 여정으로 인도한 목사, 무궁교회에서 목회할 수 있도록 도와준 권사, 자신을 도와 함께 목회한 장로들을 빼놓지 않고 조각으로 만들었다.
#5. 통일을 앞당긴 지도자들
김대중, 노무현, 박정희 대통령과 정주영 회장의 얼굴을 새겼다. 이승만 대통령이나 이명박 대통령 등 다른 사람은 왜 없냐고 물었더니 "통일을 앞당긴 사람들만 조각했다"는 답이 돌아왔다.
#6. 간음한 여인
"죄 없는 자가 돌로 쳐라"라는 예수님 말씀을 형상화했다. 간음한 여인이 새겨져 있는 돌은 인간의 '죗덩이'를 의미하고, 그를 둘러싼 기둥들은 남 헐뜯기 좋아하는 교인들을 의미한다. 뱀처럼 교활하다며 '뱀 장로', 소처럼 남을 들이받는다며 '소 장로'라는 식으로 묘사했다.
#7. 승천공원
공원 내 작은 공원으로 꾸민 이 곳은 '승천공원'이다. 전면에는 '예수님', '신앙', '속죄', '구원', '영생', '입천락'이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예수 믿으면 속죄받고 구원받고 천국 들어간다는 교리를 핵심적으로 압축한 것이다.
승천하시는 것 같기도 하고, 재림하시는 것 같기도 한 예수님을 사람들이 우러러보고 있다. 자세히 보면 오른쪽에서 세 번째 사람은 동양 여인의 모습을 하고 있는데 장 목사 어머니를 새겨 넣었다.
좌우에 있는 양과 염소는 마지막 때에 영생과 영벌로 나뉘어질 성도들을 의미하고, 예수님 위에 있는 세 원은 성부 성자 성령을 의미한다. 예수님을 쳐다보고 있는 양은 '길 잃은 양'이다. '예수님! 엄마!'는 애모(愛母)를 뜻하는 것이라고 한다.
공원에는 두 마리 말이 있는데 한 마리는 13세 때 가출한 장 목사가 고향에 돌아올 때 탄 환향마, 또 한 마리는 예수님이 예루살렘에 입성하실 때 탔던 나귀를 상징하는 입성마라고 한다.
#8. 조한민국
우리나라가 언젠가 통일될 때, 국호(國號)를 무엇으로 해야 할지 논란이 생길 수 있다며, 북한에서 지칭하는 '조선', 남한이 부르는 '대한민국'을 적절히 섞어 '조한민국'이라고 부르자고 제안했다.
#9. 마리아상
가톨릭 신자인 동생도 공원 설립에 재정적인 후원을 했다. 고마운 마음에 동생의 종교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마리아상도 놓았다며, 숭배 차원에서 놓은 것은 아니니 오해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조각 공원을 다 보았다면 이제는 5개 전시실을 둘러볼 차례다. 평생 목회하며 수집한 물품들을 5개 방에 전시해 놓았다. 장 목사가 처음 설교할 때 쓴 강대상(당시 최고급)부터 시작해, 평생 입은 옷들과 넥타이, 교통 카드까지 진열했다. 서울 각지에서 구입한 도자기 등도 모아 뒀다. 평소 존경하는 주기철 목사를 위한 공간도 따로 만들어 뒀다.
전시실에는 성과 관련된 작품도 있었다. 전시실 입구에는 "성(sex)을 죄악시하는 자는 입장을 불허하나 하나님의 예술로 보는 자는 입장할 수 있다"는 안내 문구가 있었다. 커튼으로 따로 가려진 곳을 열자 '최초의 인류, 나체족'이라는 설명과 함께 벌거벗은 아담과 하와 그림이 눈에 들어왔다.
왼쪽에는 '씨알'이라는 설명과 여러 개의 크고 작은 남근 조각이 전시돼 있다. 각국의 미녀 사진이라며 나체의 여성 사진도 있었다. 일부 사진은 너무 적나라해 포르노그래피처럼 보였다.
직접 만든 건 아니고…
장달윤 목사가 언제 이 많은 작품을 만든 것인지 궁금했다. 돌아온 답은 의외였다. 장 목사가 조각을 배워서 직접 만든 게 아니라, 모두 중국에 있는 작업장에 제작을 의뢰해 들여왔다는 것이다. '근육질 예수님상'은 중국에서 제작 후 배로 부산항까지 수송한 뒤, 25t 트럭에 실어 조각 공원까지 가져왔다. 제작 비용으로 1억 5,000만 원이 들었다고 했다.
어디서 이 많은 돈이 났을까? 비결은 '재개발 수익'이었다. 장달윤 목사 설명을 보자.
"하루는 강의를 마치고 서울로 가는 차 안에서 내게 영감이 떠오르기를 '너에게 잠실에 재개발하는 13평 집이 있지 않은가! 그것을 팔아 평생 농어촌 교회에서 봉사하는 목사님들을 위해 집을 지어 봉사하라'는 영감이 떠올랐다. 그 집은 1978년도에 200만 원에 사 두었던 것이다."
재개발 당시 장 목사는 잠실에 45평짜리 집 분양에 당첨됐고, 곧바로 12억 5,000만 원을 얻게 되었다. 이 돈으로 은퇴목회자를 위한 숙소를 만들었다. 이른바 '은목관'이다. 은퇴한 뒤 시골에서 살고 싶거나 갈 곳이 마땅치 않은 목회자들은 1,500만 원을 내면 평생 이곳에서 살 수 있도록 했다. 지금도 3개 동에 8가정이 살고 있다. 주일에는 돌아가면서 설교하며 공동체 생활을 하고 있다. 그리고 남은 돈으로 기독교조각공원을 만들었다는 게 장 목사 설명이다.
다소 황당해 보이는 작품도 있었지만 장 목사는 공원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해 보였다. 장달윤 목사가 신병 치료차 서울에 있어, 조각상에 대한 설명을 직접 듣지는 못했지만, 장달윤 목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해외에서도 120만 명이 봤는데 한국 독자들도 많이 볼 수 있도록 기사를 잘 써 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장 목사는 세상을 떠날 때 서울에 남은 자택도 팔아 기독교조각공원에 기부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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