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은 해결책 아닌 자살책
2002-11-04 22:15:55




초라한 더블보다는 화려한 싱글이 낫다며 결혼을 박차고 나서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친지의 소개로 만나 가족들의 축하를 받으며 결혼식을 치르고 꿈에 부푼 신혼을 시작했던 N씨는 지금도 보석의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예단으로 시어머니께 해 그렸던 시가 천이백만원 짜리 다이아몬드 1캐럿이 문제가 되었다. 보석감정을 해보니 색깔이 좋지 않다는 것이었다. 보석 감정은 끝내 감정 싸움을 일으켰고 참다 못한 N씨는 결국 갈라서고 말았다. 시어머니의 진소리는 그나마 참아낼 수 있었는데 신랑의 난폭한 언어와 폭력은 참아내기 힘들

동거기간 1년미만의 냄비이혼만이 아니다. 요즈음은 황혼이혼도 즐고 있는 추세이다. B씨는 최근 남편의 굴레로부터 벗어나 자신의 삶을 살고 싶어 이혼을 감행하고 말았다. 그동안 자식들의 혼인감 장애가 될까봐 꾹참고 지내왔지만 막상 막내딸을 시집 보내 놓고나니 더이상 인내해야 할 이유도 없어졌다.

보편화된 이론은 통계수치로도 증명이 되고 있다. 70년대말 연간 3만쌍이던 이혼 건수가 81년에 4만, 83년에 5만, 85년에 6만, 92년에 7만, 93년에는 총 8만쌍으로 늘어났다. 통계청의 발표에 의하면 어느새 일곱쌍에 한쌍 꼴로 이혼율이 늘어났다. 심각한 것은 협의이혼이 꾸준히 늘고 있다는 점과 소위 신세대와 모래시계 세대로 분류되는 20,30대 이혼의 이혼율이 70%를 점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혼의 풍속도도 달라져 울고불며 자식만큼은 데리고 살겠다던 혈육의 정은 예전같지 않고 자식을 떠넘기기에 바쁘다. 그 뿐만이 아니다. 재산싸움도 점입가경이다. 약자인 여성의 재산권을 보호해준다는 법정신과는 달리 오히려 이혼을 부추기는 경향마저 띠고 있어 극히 실망스럽기만 하다.

혼인법학자 아서피에라르는 "이혼은 분명히 선이 아니다. 하지만 그것은 악에 대한 구제"라고 말하였다. 존 스토트는 이혼을 가리켜 "인간의 죄성으로 말미암은 가슴 아픈 양보"라고 했다. 이혼에 대한 동정론이나 책임론이 이혼을 정당화시켜주는 것이 아니다.

한 통계에 의하면 부부생활 중 이혼을 고려해 보았다는 퍼센트가 절반을 넘고 있다. 만약 이들이 이혼의 늪을 건너기 위해서 겪어내야 할 숱한 감정의 질곡을 이해한다면 그토록 쉽게 이혼을 시도하지는 않을 것이다. 슬픔, 허탈감, 분노, 좌절, 절망, 우울, 자기연민, 자학, 불면증, 주의 집중력 상실,... 어느 것 하나 심신을 피폐하게 만들지 않는 것이 없다. 이혼은 해결책이 아니라 자살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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