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예배 몸이 된 사랑
2002-06-07 19:32:31 read : 19088
교회력에 따르면 같은 성서 본문이 3년마다 한 번씩 돌아옵니다. 그런데 크리스마스날의 성서 본문은 어느 해나 똑같습니다. 그래서 역시 오늘도 해마다 읽는 동일한 성서 본문을 읽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주로 크리스마스에는 마태복음과 누가복음을 많이 읽습니다. 마태복음과 누가복음은 어린아이들이 좋아하는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하늘에 별이 뜨고, 천군 천사가 나타나고, 동방박사가 오고. 그런데 오늘의 크리스마스날 본문은 요한복음입니다. 요한복음에는 그런 얘기가 하나도 안 나옵니다. 요한복음은 1장 1절부터 예수의 탄생 이야기가 아니라, 태어난 예수가 누구냐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교회에 많이 나오는 사람들이 더러 오해하는 것이 많이 있습니다. 그 중에 하나가 예수의 생일이 12월 25일이라는 것입니다. 이 생각이 사실일 가능성은 365분의 1밖에 안 됩니다. 어느날 태어났는지 모르니까 말입니다. 서방교회는 12월 25일을 성탄일로 지키지만, 동방정교회는 1월 7일을 성탄일로 지킵니다. 이것이 틀린 것도 아니고 맞는 것도 아닙니다.
지금 주후 2001년입니다. 그러니까 예수님이 탄생하신 지 2001년 되었다는 것입니다. 흔히 그렇게들 생각합니다. 그러나 정확한 것은 지금부터 2005년 전 아니면, 2004년 전이라는 것이라고 봅니다. 이런 얘기들이 다 좋은 얘기지만 중요한 얘기는 아닙니다. 가장 중요한 얘기는 예수님을 2001년 전에 낳았느냐, 2005년 전에 낳았느냐 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늘 요한복음에 보면 천지만물이 창조되기 이전에 “말씀”이 있었는데, 이 말씀이 바로 예수님이라고 합니다. 천지만물이 창조되기 전에 그 분이 계셨다는 것입니다. 이런 것은 신약성서 여러 곳에 나옵니다. 히브리서 1장에도 나오고, 골로새서 1장 15절에도 “그는 이 모든 만물이 창조되기 이전에 계셨고, 그 천지만물은 그가 창조”했다고 쓰여 있습니다.
그렇다면, 예수님은 천지만물이 생기기 전부터 계신 것인가? 물론입니다. 그런데 그때는 사람의 몸을 가진 존재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오늘 요한복음에 보면 “말씀”이라는 말로도 쓰고, “생명”이라는 말을 쓰고, “빛”이라는 말도 쓰고 있습니다. 상징으로 하는 이야기입니다. 신약성서에서 빛이다 혹은 말씀이다 혹은 생명이다 하는 말은 다 옳은데, 가장 정확한 것은 요한1서 4장 8절 “하나님은 사랑이시다” 하는 말씀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천지만물을 창조하기 이전에 사랑이 있었다 하는 말입니다.
이 말은 그 사랑에 의해서 천지만물이 창조되었고, 그 사랑에 의해서 천지만물이 보존되고 유지되었다는 말입니다. 이 천지만물은 하나님이 보시기에 심히 좋고 아름다웠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망가지기 시작했습니다. 망가지니까 이것을 새로 고치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바로 천지만물을 창조한 사랑, 그 사랑이 사람의 몸이 되어 태어납니다. 그것이 크리스마스입니다. 그러니까 크리스마스에 태어난 예수님은 몸이 된 사랑이다 이거죠. 이것을 분명하게 해두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왜 구태여 그분이 몸으로 태어났느냐? 제가 여러 해전부터 생각했는데, 역시 하나님이 만든 천지만물 가운데 사람이 제일 귀한 존재이므로,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은 존재이므로 사람으로 태어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해왔습니다만, 최근에는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하나님의 사랑으로 창조된 천지만물은 참 아름답고 좋은데, 이것을 망가뜨려 놓은 게 누구냐? 사람 아니냐? 그러니까 사람을 고치지 않으면, 이 세상을 구원할 수 없을 것이고, 그래서 사람의 몸으로 오신 게 아니냐. 요사이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구약시대의 유대인들은 메시아가 오는 날을 무척 고대했습니다. 이사야서 52장에 나오는 이야기는 “아 반가워라. 기뻐하라. 뛰어라. 그분이 오면 이 세상이 다 바로 된다.”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분을 그렇게 기다리던 사람들이, 그분이 이 세상에 태어났을 때 그분을 버렸습니다. 그리고 그분을 죽였습니다. 오늘 요한복음 1장 10절에는 그가 왔지만, 그를 알아보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분이 십자가에 죽고 부활하시고, 그리고 성령이 강림할 때, 우리는 그분은 인간의 몸이 되어 오신, 천지만물을 창조한 사랑이시라는 것을 믿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믿는 사람들이 그분을 굉장히 오해했습니다.
콘스탄틴 대제에 의해 국교로 되고 난 이후 기독교는 권력을 갖게 되었습니다. 권력을 갖게 된 기독교는 계속해서 전쟁만 했습니다. 예수의 이름을 앞세워 전쟁을 했습니다. 이것이 우리가 잘 아는 십자군 전쟁입니다. 결국 “왕이 된 사랑”을 정복자로 오해한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것에 대해 예수님은 마가복음에서 분명히 말했습니다. “사람들은 내가 통치자로 와서 모든 것을 누르고 지배할 줄로 아는데, 나는 그렇지 않다. 나는 이 세상을 섬기러 왔다.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다. 내 몸을 내어주기까지 섬기러 왔다.” 이것을 바로 이해하지 못하여서, 우리 교회가 죄를 짓게 되었습니다.
크리스마스에 태어난 예수님, 천지만물을 창조한 사랑이 사람의 몸이 되어서 태어났습니다. 크리스마스를 맞이한다는 것은 몸이 된 사랑을 내 몸 안에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내 몸 안에 받아들이는 것은 말하자면 예배입니다. 우리 한국말로 ‘예배 보러 간다’ 하는데 예배는 보러 가는 것이 아니라 참여하는 것입니다. 참여는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바로 몸이 된 사랑을 내 삶 속에 받아들이는 것, 그거죠.
이 사랑을 받아들인 사람들은 요한1서 3장 18절에 있는 말씀대로, 말이나 혀끝으로가 아니라, 몸으로 행동으로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이렇게 몸으로, 행동으로 한다는 것은, 성서를 보면 분명한데, 몸을 가진 사람들을 사랑한다는 것입니다.
항상 제가 가장 감명 깊게 읽는 마태복음 25장 31절 이하의 말씀이 그것입니다. 굶주린 사람들, 헐벗어 떨고 있는 사람들, 병든 사람들, 감옥에 갇힌 사람들, 이것은 몸으로 고통을 당하는 사람들입니다. 몸이 배고픈 것이고, 몸이 헐벗어서 추운 것이고, 몸이 병들어 아픈 것이고, 몸이 감옥에 갇혀 고통스러운 것입니다. 바로 이런 몸을 구체적으로 사랑하는 것이 예수를 받아들인 사람의 첫 번째 관심사여야 합니다.
예수님은 이 얘기를 분명히 하면서 “내가 어디 있는지 찾지 말아라. 철야기도를 하는 중에 내가 이상하게 나타나고, 그런 것이 아니다. 너희가 나를 매일 만나고 있다. 굶주린 자에게 하는 것이 나에게 하는 것이다. 병든 사람에게 하는 것이 내게 하는 것이다. 바로 아프고 괴로워하는 몸을 가진 사람의 몸을 사랑하는 것이 천지만물을 창조한 사랑의 몸을 받아들이는 생활이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제가 신문에 썼습니다만, 기가 막힌 것은 농민들이 쌀을 팔 길이 없어, 이 쌀을 더 사주자고 신문이나 여러 매체를 통해 호소하는데, 저는 그렇게 말하지 말자고 했습니다. 바로 우리 곁에, 북쪽에 굶어죽어 가는 사람들이 이미 2백만 명이 넘습니다. 어린애들이 굶어서 죽어가고 있단 말예요. 그런데 이 넘치는 쌀을 왜 그들에게 넘겨주지 못하냐 말이죠. 차라리 굶주리고 있는 북쪽 사람들에게 쌀 보내는 운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난 돈 한푼 없는 사람이지만, 북에 보내려고 쌀 열 가마니 사겠다, 중앙일보에 그렇게 썼습니다. 이것이 우리 현실입니다.
지난 1년 동안 우리 교회에 나오시는 한 분을 충동해서 북에 내복을 보내주자고 굉장히 애를 썼는데 잘 안 되었습니다. 시효가 넘어가면 약은 못 씁니다. 시효가 넘어가는 약이 그렇게 많다고 합니다. 그런데 북에서는 그 약이 없어서 매일 죽어 가는데, 이것을 보내주는 사랑이 없습니다. 이런 우리 현실이 얼마나 기가 막힌 현실입니까?
적어도 나는 크리스마스를 지킨다는 것은, 이런 사람들을 몸으로 사랑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해준 얘기입니다. 굶주리고 헐벗은 사람들에게 먹을 것을 주고 입을 것을 주기도 해야 하지만, 우리가 진정 해야 할 것은 정의를 실현하는 것입니다. 사랑은 정의를 통해야만 진정한 사랑입니다. IMF 시절 이후에 더욱 확실해진 것이 있는데, 부한 사람은 더욱 부해지고 가난한 사람들은 점점 가난해진다는 것입니다. 부익부 빈익빈이 더욱 확대됩니다. 왜 이것을 고치지 못하느냐? 이건 우리가 쌀 걷어 가지고 가난한 사람들을 먹이는 것으로 해결되는 게 아닙니다. 잘못된 사회를 아주 뜯어고쳐야 합니다.
우리 나라는 교통사고로 죽는 비율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나라입니다. 사회가 잘못되어 그런 것입니다. 나라가 사회가 바로 서지 못하면, 많은 사람들이 허무하게 죽어 가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을 살리기 위해서는 정의를 실현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정의를 실현한 후에 우리가 꼭 해야 할 일은 소극적으로는 잘못된 것을 뜯어고치는 것이지만, 적극적으로는 평화를 수호하는 것입니다. 몸이 되신 사랑을 받아들이고 그분을 모시고 사는 사람들에게 가장 구체적인 것은 평화운동입니다.
내년 2002년은, 내가 보건대 굉장히 어려울 것입니다. 생각하면 몸서리쳐질 정도로 어려울 것이라고 봅니다. 미국의 부시가 하고 있는 소위 21세기 전쟁의 불똥이 우리에게 튈 가능성이 굉장히 높습니다. 자칫 잘못하면 “테러지원 국가인 북한을 때리는 것이니, 우리와 무관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건 아닙니다. 그것은 남북 전체가 죽는 일입니다. 한반도의 평화가 깨지는 때는 동북아의 평화가 깨지는 때입니다. 이것은 세계 평화가 깨지는 것을 뜻합니다.
이것을 지금 미국이라는 강대국이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것을 막아야 합니다. 이런 일이 절대로 생기지 않도록 막아야 합니다. 북쪽에서 하는 짓 중에, 우리가 참을 수 없는 것들이 많이 있긴 하지만 그러나 어떤 경우에라도 한반도에서 평화가 깨져서는 안 됩니다. 단순하게 말로나 혀로만 아니라, 정말 우리가 진심으로 이것을 위해 기도하고, 행동으로 이 평화를 실현시켜 나가야 합니다. 거대하게 밀려오는 기가 막힌 역사의 흐름에, 힘은 없지만 똘똘 뭉쳐서 맞서야 합니다.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다 살기 위해서 해야 합니다.
이러한 때에 이 일을 담당해야 할 정치하는 사람들, 보세요. 연말이 되도록 예산안을 통과시키지 못하고, 저 짓을 하고 있습니다. 그 사람들 가운데 여러 사람들을 만나 보았습니다. 이런 생각을 간곡하게 이야기해도 관심이 없어요. 내년도에 어떻게 하면 표를 더 얻을 수 있을까, 그 생각밖에 없어요. 이런 한심한 사람들이 우리 나라를 이끌고 있고, 우리 사회를 휘젓고 다니고 있어요.
12월 25일에 몸이 되신 사랑을 우리 속에 맞아들이는 사람들은 이런 문제에 절대로 무관심할 수 없습니다. 아주 작지만, 우리의 모든 힘을 집결시키고 나가야 합니다. 우리는 아주 부족한 사람들이고, 그러한 사랑을 할 수 없는 사람들이지만, 우리의 죄를 사해주시는 하나님의 사랑을 믿기 때문에, 우리의 잘못, 우리가 해내지 못하는 잘못을 항상 그 앞에서 뉘우치면서, 사랑이라는 이 큰 햇빛을 받아들여서, 우리가 그 햇빛이 될 수는 없지만, 그 햇빛을 받아들여서 반사할 수는 있어야 되지 않겠습니까?
바로 우리의 잠든 의식에 와서, 이것을 깨우쳐주는 성령님께서 이 예배시간에 우리의 잠든 의식을 깨우쳐 주시기를 바랍니다. 그리하여 몸이 되신 이 사랑을 받아들이고, 또 우리도 우리의 몸으로 사랑함으로써, 그 사랑 안에 생명이 있고, 빛이 있고, 그 안에 하나님의 나라가 있음을 우리가 확실하게 보여줄 수 있는 큰 복을, 이 크리스마스에 다 받으시기 바랍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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